원래 이 작품을 의뢰받은 베로키오는 그림의 가장 핵심 인물이었던 예수를 직접 그린 후 나머지 좌, 우에 그릴 천사들은 문하생으로 있던 이들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 문하생 중 하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요, 또 하나는 보티첼리라니 가히 대단한 문하생들을 두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세계사를 배우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반드시 한 문제 정도는 출제될만큼 비중있는(?) 인물들이 조수로서 그린 작품인 만큼, 작가들 명성만으로도 일단 작품의 포스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리하여 좌측의 천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리고, 우측에 있는 천사는 보티첼리가 그림으로써 <그리스도의 세례>는 완성됩니다.
The Baptism of Christ (1472-1475)
Oil and tempera on wood. Uffizi Gallery, Florence, Italy
Oil and tempera on wood. Uffizi Gallery, Florence, Italy
이 작품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맘껏 선보이게 되는데요, 이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작품에 새로운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당시로서는 '충격적'이리만큼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천사를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감인 '계란노른자와 증류수, 식초, 착색가루'의 조합인 '템페라(Tempera)' 대신,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기름, 착색가루'의 조합인 '유화(Oil)'를 사용함으로써 색의 깊이가 느껴지면서도 색상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했다고 합니다. 또한 예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입체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얼굴을 그려낸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스승이었던 베로키오가 이후 다시는 붓을 잡지 않았다고 하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보여준 실력이 얼마나 놀라운 수준이었는지 짐작할 만합니다.
실제로 그림을 보면, 가장 왼쪽에 있는 천사의 얼굴이 중앙에 있는 예수나 우측에 있는 천사의 얼굴과는 조금 다른 약간은 더 화사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측에 있는 천사는 천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삶에 좀 찌들어 있는 듯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
생각해보면 3년에 걸쳐 그려진 그림에, 한낱 문하생이 자신에게 주어진 부분을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 실력을 뽐내려고 시도하는 것은 간떨리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실패라도 하거나, 스승의 눈에 기대 이하로 비춰진다면 다시는 그림을 그릴 기회가 없었을 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6년 여간 베로키오의 수하에 있으면서 늘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찾았으며 <그리스도의 세례>는 그런 그에게 최고의 기회였다고 보는 견해가 더 많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홍보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후의 삶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잠재력이 처음으로 발현된 작품이라니... 왠지 그림의 한 구석으로 더 시선이 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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