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국회의사당이 난장판이 되었던 기억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미디어법... 대충 소위 '조/중/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신문사들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조/중/동'이라면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그들의 보도태도를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니...
미디어법은 크게 7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① 정보통신망법, ② 방송법, ③ 신문법, ④ 언론중재법, ⑤ 전파법, ⑥ 멀티미디어 통신법, ⑦ DTV 전환 특별법, 이렇게 7가지 법안을 통틀어 미디어법이라 부른다고 하네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은 인터넷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률인데요, 이번 개정안 중에는 지난 해 한참 이슈가 되었던 '사이버모욕죄'가 들어 있습니다.
사이버모욕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권리침해 주장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주로 포털 사업자가 되겠죠?)가 신속하게 임시조치 후 이 사실을 관련자에게 통보, 고지하고, 30일간 임시조치 기간 중 해당 정보 게재자가 이의신청이 가능하며,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하게 되어있습니다.
또,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엔 분쟁조정부라는 곳에서 권리 침해 여부에 대해 판단한 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혹은 임시조치를 해제하도록 하고,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취급거부, 정지, 제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모욕성 정보 불법 정보화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이 들어있습니다.
어쩌면 온라인 상의 비난과 악성댓글로 정신적 피해를 보시는 분께는 정말 반가운 법안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법이 정녕 그러한 취지에서 고안되고 논의되고 만들어진 법이라면 이렇게까지 반대를 하지는 않겠지요.
법을 만들 때, 하나하나의 법이 사람의 행동을 일일이 구체화하여 적용하도록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결국 두루뭉실한 법이 만들어지면 그 후엔 법을 집행하고, 판단하는 기관과 그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의 주관이 어느 정도 가미되어 적용을 받게 되겠죠.
결국, 법이라는 칼자루를 만들어 쥐어주면 그 후엔 누가 그 칼을 휘두르냐에 따라서 누군가는 해당 법에 의해 강력한 보호를 받을 수 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누군가는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사이버모욕죄가 국가 최고권력자나 그 주변인들을 악플 또는 비판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법을 집행하게 된다면 통제하기 힘든 인터넷 상의 다양한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법은 현행 방송법에 있는 방송사의 지분 제한 규정을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현행 방송법은 대기업과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도 최대 30%로 제한하고 있죠. (※ 현재 MBC 지분 구조)
그런데 개정 방송법은 대기업이나 일간신문 및 뉴스통신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을 최대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도 현행 30%에서 49%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을 대기업이나 재벌 신문사가 소유할 경우,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방송의 공정성이 해쳐질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랬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런지...
과거 같으면, 방송과 신문만 통제하면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었겠지만(광주 민주 항쟁이 좋은 예가 아닐까요?), 요즘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너무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을 저런 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또다른 해법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저렇게 방송법을 시급히 개정하려는 이유과 과연 정말 '방송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상호 경영할 수 없으며 종합편성 방송사업 겸영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역시 신문방송 겸영을 규제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신문법의 내용 중 일부 규정(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이 2006년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간혹, '신문법 자체가 위헌 판결을 받았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어쨌든 그래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은 아예 신문사가 방송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원래 도입 취지가 언론 보도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나 권리,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을 조정, 중쟁하는 등의 구제제도 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는 경영자료 신고 의무조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신문사라면 신문을 몇 부를 발행했는지 등 경영에 대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조항입니다. 그런데, 개정 언론중재법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왜 굳이 신문사의 신문 발행 부수를 공개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일까요?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특히, 신문사는 발행 부수를 근거로 광고비를 받습니다. 따라서 발행 부수가 많을수록 광고비를 더 많이 받을 수가 있죠. 신문사가 광고에 얼마나 예민한 지는 지난 해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을 벌였을 때, 후 조치가 어땠는지 생각해보시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실 것 같습니다.
- '광고 불매운동' 네티즌 모두 유죄 (한겨레, 2009/02/19)
전파법은 전파의 효율적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입니다. 전파 역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는 것이죠.
사실,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전파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1월 9일 문광위 심의를 통과해 2월 6일 개정되었습니다.
전파법은 다음의 항이 개정되었습니다.
제22조(무선국 개설허가 및 주파수 사용승인의 유효기간)
① 제19조제1항에 따른 무선국 개설허가의 유효기간은 7년 이내의 범위에서, 같은 조 제5항에 따른 주파수 사용승인의 유효기간은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각각 정하며, 그 기간이 끝나면 재허가나 재승인을 할 수 있다.<개정 2009.2.6>
원래는 유효기간이 5년이었는데, 7년으로 바뀌었습니다. 진성호 의원이 발의했는데,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음... (검토보고서 다운로드)
멀티미디어 통신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은 IPTV 등의 신규 방송 사업과 관련된 법안인데요, 이 법에서도 현재는 대기업 및 뉴스 통신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49%까지 지분 참여를 허용하고, 또 외국인의 소유도 현행 금지에서 20%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개정하려고 합니다.
끝은로 DTV전환법(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은 원래 2013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한 한시 법입니다.
이 법은 현재는 디지털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활성화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제작 활성화 및 지원 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끝에 '및 지원'이라는 공백 포함 4글자를 더 넣으려고 하는데, 그 4글자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이기에 저토록 싸워가면서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정부에서 '지원'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직/간접적인 금전 지원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어쩌면 방송사를 상대로 '당근'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 한나라당, 미디어법 기습 상정…정국 '안갯속'(종합) (경향닷컴, 2009/02/25)
- 한나라당 홈페이지
- 고흥길 의원 홈페이지
- 국회 문방위, '언론중재법·전파법 개정안' 처리 (2009/01/09)
- 방송법 개정안 내용입니다 (2008년 12월 27일) -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현행 방송법과 비교해 놓은 자료입니다.
- [미디어 전쟁] <1> 신문법·방송법, 쟁점은 무엇인가 (한국일보, 2009/01/06)
- [미디어 전쟁] <2> MBC, 왜 갈등의 한복판에 있나 (한국일보, 2009/01/07)
- [미디어 전쟁] <3> 또다시 '좌우' 대립하는 언론들 (한국일보, 2009/01/08)
- [미디어 전쟁] <4> 법안 통과시 업계 판도 변화는 (한국일보, 2009/01/09)
- 언론중재법 (노웨어맨 님의 박스,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