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8일 화요일

[Book]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군대에 있을 때는 문학도 즐겨 읽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왠지 시간이 아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멀리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소설을 읽은 지가 어림잡아 3~4년은 족히 지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제가 즐겨 읽었던 책들은, 어떻게 살아라, 미래를 준비해라, 인간관계, 좋은 습관, 과학 일반 등등... 책을 읽고 나면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게 해주는 것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책을 정보를 습득하는 매체로서만 이용해왔던 것이죠.

그러다가 문득, 얼마 전 책을 소개하는 "맛있는 인생을 요리하다"라는 TV 프로그램에 배우 '이정섭'님이 출연하셔서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해주는 내용을 지나가듯 보게 되면서, 아주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습니다.



TV 에서 소개한 내용은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부분이었는데도, 한 문장 한 문장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등장 인물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도 떠오르면서 잠시나마 이정섭님이 읽어주시는 책에 빠졌던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 내용은 뭘까, 전체 내용은 뭘까' 너무도 궁금해져서 다음날 바로 책을 주문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는 시골 고향에서 올라오신, 서울 지리를 잘 모르시는 엄마를 복잡한 서울역에서 잃어버리는 사건으로 인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후, 가족들이 엄마를 찾아다니며, 엄마를, 엄마의 삶을 각자의 관점에서 회상하는, 반성하는 내용입니다.

허구인 소설이라지만, 너무도 누군가의 실제 경험을 읊어놓은 듯 해서... 뭉클뭉클하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자꾸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우리 엄마를 얼마나 알고있을까'

당연히 엄마도 한 때는 아기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소녀였던 시절, 여인이었던 적도 있었을 텐데, 왜 엄마를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엄마로서만 그 존재를 대하고 인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로서 어떻게 부모님의 삶, 부모님의 감정에 이토록 무심할 수 있었는지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무표정한 얼굴로 퇴근하고 돌아오면, 오늘 하루 어땠는지, 밥은 먹었는지, 회사는 잘 돌아가는지 물으시는 엄마에게 무심하게 '응', '별일 없었어' 라고 툭툭 내던지며 귀찮아했던 저의 태도는 책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소설가 큰 딸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는 어버이날, 생신같이 특별한 날에만 잠깐 내 시간을 쪼개 관심을 나눠드리는 부모님이, 원래 그 존재만으로도 늘 감사하고 사랑해야 하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신경숙님 작품을 처음 읽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가 나기는 커녕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푹 빠져 읽었던 요번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다른 작품들도 접하고 싶다는 욕구가 급 생기네요.

마치, 할머니께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술술 읽어지고, 다 읽고 나면 가슴에 뭔가 딱딱하게 말라있던 감정이 다시 부드러워지고, 새로운 감각을 얻은 것처럼 충만해지는 이런 느낌은 좋은 작품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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